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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가 무슬림 80여 명이 끔찍하게 죽어간 ‘탁바이 학살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2004년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 만이다. 그러나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공소시효도 끝난 이후에야 내놓은, '말뿐인 늑장 반성'인 탓에 현지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전날 남부 나라티왓주(州)에서 지역 무슬림 주민들을 상대로 연설하던 중 “나에게 불만을 느끼는 사건이 있다면 사과하고 문제 해결 국민연금 대출 에 도움이 되도록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총리로 일하면서 국민들을 돌보려 노력했지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탁신 전 총리가 언급한 ‘실수’는 2004년 10월 25일 무슬림 밀집 지역인 나라티왓주 탁바이에서 벌어진 이른바 ‘탁바이 학살 사건’이다. 당시 무슬림 2,000여 명이 탁바이 경찰서 앞에서 구금 우체국 장애인 적금 중인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군경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 7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체포된 시위대 1,300여 명은 손이 묶이고 트럭 25대 화물칸에 짐짝처럼 겹겹이 눕혀진 채 2시간 거리 군부대로 호송됐다. 이 과정에서 무려 78명이 질식사했다. 태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 중 하나 수신금리 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태국에서 무슬림 분리주의 투쟁이 본격화했고, 특히 남부 지역에선 각종 테러와 무력 충돌도 빚어져 7,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태국 남부 나라티왓주에서 탁바이 사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이 '탁바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거치대 벌이고 있다. 타이PBS 홈페이지 캡처


당시 탁신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으나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희생자 유족이 당시 육군 사령관이었던 삐산 와타나웡끼리 등 핵심 관련자 7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모든 피고가 해외로 출국하는 등 자취를 감췄고, 지난해 10월 공소 새마을금고 햇살론 시효 만료로 사건은 공식 종료됐다.
탁신 전 총리도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탁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20년 만에 처음으로 해당 사태를 거론하며 무슬림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그가 사건이 벌어진 남부 지역을 직접 찾은 것도 19년 만이다.
너무나 뒤늦은 사과에 남부 지역 분위기는 냉랭하다.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는 AFP통신에 “탁신이 진심이라면 (연설이 아니라)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탁신 전 총리가 나라티왓 공항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인 23일 오전, 공항 관제탑 근처에 주차된 소방용 픽업트럭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현지 매체들은 탁신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폭발 사고 소식을 들은 탁신 전 총리는 “누군가 나를 겁주려고 할 수도 있으나, 나는 네 차례 암살 시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남부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