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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반오형희
작성일25-08-17 13:22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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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사위가 드디어 육아휴직을 했다. 그 덕분에 툭하면 육아조력자로 불려 가던 나도 휴가를 얻은 듯 마음이 한가롭다. 아무튼 육아전쟁, 휴전 중이다. 딸은 진즉에 육아휴직 시간을 다 사용했기 때문에 사위가 휴직하기 전에는 내가 자주 육아에 동참했다. 나뿐인가. 우리 아들도 외삼촌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군산에 사는 사부인도 육아조력 요청만 하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육아조력의 1순위는 나였고, 2순위는 돌봄 선생님, 3순위는 우리 아들, 맨 나중이 멀리 있는 사부인이었다.

아이를 키우기는 데 온 마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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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아파트 놀이터에서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


ⓒ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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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세와 4세 두 아이가 있는 딸네는 맞벌이부부다. 둘째가 태어나자 딸이 육아휴직을 했고, 얼마 후 복직하는 바람에 둘째는 군산 사부인의 동생인 이모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때도 전쟁이었다. 시간만 되면 딸과 사위는 첫째를 데리고 온 식구가 둘째가 있는 군산으로 내려갔다. 하루나 이틀 같이 있다가 다시 올라올 때는 눈물바람이었다아리랑KRX100EW 주식
고 한다. 아기를 떼어놓고 올라와야 하는 딸은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분리불안을 어미와 아기가 같이 겪는 듯해 안타까웠다.

사부인도 직장생활을 하는지라 전적으로 맡을 수 없었는데, 사부인 근처에 사는 시이모가 흔쾌히 아기를 봐주겠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딸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돌도 안 된 아기를 어에이원마이크로 주식
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탁상공론을 할지 모른다. 그것이든 저것이든 당사자들이 고려하지 않은 게 있을까. 핵가족으로 사는 현대인들에겐, 더구나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에 익명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아이를 기르는 데 어려움이 많다.삼강엠앤티 주식
거기다 예상치 못한 일도 흔히 생기지 않던가.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좋아졌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에 대한 직장의 배려, 아이들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보육시설과 돌봄 서비스 등. 특히 아이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 생각이나 할 수 있었던가. 육아휴직이 지금은 자연스럽고 보편적일 수 있는 일인데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쉽지 않았다. 물론 현재도 정책만 있고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는 게 어려운 직장도 많으리라. 사위가 육아휴직을 쓰게 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는 탄성이었다.
저출생은 육아와 상관이 있을까
요즘 정부 정책이나 일반 사회에서 화두가 '저출생'이다. 출산율이 끝 간 데 모르고 떨어진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우려하고 있는 편이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아이가 행복하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는 견해가 있고,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견해도 있다. 어떤 게 설득력이 더 있을지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 사회는 지금 저출생이 뜨거운 화두다.
이런 현실에서 딸은 아이를 꼭 둘 낳고 싶어 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육아조력을 하리라 다짐했고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이행한 것 같다. 부르기만 하면 나의 공적인 일에 저촉되지 않는 한 달려갔으니까. 나는 아직 일을 하고 있어 비교적 시간이 자유롭진 못하다. 그래도 힘들기보다 행복했다. 손자들이 커가면서 하나씩 무엇이든 익혀가는 모습을 볼 때 사랑스럽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 시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커가는 데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사위의 육아휴직으로 한 달 가까이 손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육아조력을 하다시피 했는데. 한가롭고 편하면서도 어딘지 허전하다. 가끔 통화할 때면 손자들은 왜 안 오시느냐고 우리 집에 맛있는 것 많으니 놀러 오라고 성화다. 한 사람이 휴직하고 아이들을 돌보니 장도 잘 보나보다. 맛있는 것 많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안도감이 들며 미소가 비어져 나온다. 늘 종종거리며 바삐 뛰어다니던 딸과 사위를 보며 안쓰러웠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잠시라도 한유함으로










▲ 한가로움 저수지 한 가운데서 분수가 솟아오른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 최명숙




오늘 아침 사위와 통화하다 물었다. 휴직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사위가 한숨을 푹 내쉰다. 올해까지만 쓰고 내년 1월에 복직해야 할 것 같단다. 맡았던 부서에 자꾸 일이 생겨 회사에서 얼른 복직하길 원한다고. 이런! 겨우 6개월이란 말인가. 말 그대로 육아전쟁은 잠시 휴전일뿐 아닌가. 어쩌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이제 그만큼 컸으니 좀 나을 거라고,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사위를 위로했다.

그래도, 아무튼, 지금은 육아전쟁 휴전 중이다. 딸과 사위, 손자들, 나와 아들 사부인이, 유예된 그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가지 못하고 미루었던 여름휴가라도 같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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